신앙/제자훈련

[스크랩] 평신도 운동과 IVP

가디우스 2007. 9. 30. 23:09
 

                             평신도 운동과 IVP

 




홍병룡 ( IVP 대표 간사. 연세대와 같은 대학원에서 정치외교학, 90-93년에는 캐나다 밴쿠버의 Regent College와 토론토의 ICS(Institute of Christian Studies)에서 연구)



약 10여년 전 서울의 한 기독교 출판사 대표와 나눈 대화가 생각난다.

당시 그 분은 출판할 책을 선정할 때 '평신도', '성(性)', '공산주의' 등을 주제로 다룬 책은 가급적 피한다고 말했었다. 그 이유는 한 마디로 안 팔리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대학 시절부터 평신도 운동에 큰 관심을 가져왔던 나로서는 무척 실망스럽기도 하고, 다른 한편 IVP의 방향성과 관련해서 약간은 걱정스럽기도 하였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당시만 해도 기독교 서적을 찾는 주요 고객이 목회자들이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짐작된다.

하지만 지난 10여년 동안 독자 성향과 출판계 동향에 상당한 변화가 일어났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즉, 한국 교회의 평신도 수준이 괄목할 만큼 높아졌고, 따라서 생각하는 평신도들을 위한 책들이 새로운 독자층을 창출하게 되었다.



사실 평신도의 재발견은 최근 수십년간 부상된 세계적인 물결이다.

개신교에서는 헨드릭 크래이머의 [평신도 신학](A Theology of the Laity, 1958)으로 대표되는 WCC 진영에서, 그리고 로마 카톨릭 교회에서는 콩가르의 Lay People in the Church:A Study for a Theology of the Laity(1957)와 제2 바티칸 공의회(1962-65)를 기점으로 하여 대전환이 이루어져 '평신도의 시대'라고까지 불리워지게 되었다.



그 후 세계 곳곳에서는 평신도를 위한 연구소 및 센타가 설립되었고, 수많은 책이 로마 카톨릭을 중심으로 쏟아져 나왔다. 현재 이러한 물결은 유럽과 북미를 거쳐 제3 세계로 전이되어가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하워드 스나이더는 [21세기 교회의 전망]에서 21세기의 주요 동향 10가지 가운데, 성직자-평신도의 계층적 구분이 사라지고 사역자 공동체로 변모할 것을 내다보고 있다.



최근 한국의 복음주의 진영에서는 옥한흠 목사의 제자 훈련과 [평신도를 깨운다](1984)가 가장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

네비게이토식 제자 훈련과 크래이머 및 한스 큉의 이론에 기초한 옥 목사의 사역 방식과 저서는 지금까지 평신도를 방치 상태에 내버려 두었던 한국 교회에 큰 각성을 일으킨 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으나, 여전히 평신도를 담임 목사의 보조 사역자 수준에서 활용하는 정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달리 말해서, 평신도의 위상과 존엄성을 성경적으로 충분히 회복시켜주지 못하는 한계성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문제점을 고려할 때, IVP에서 출간한 폴 스티븐스의 [참으로 해방된 평신도](Liberating the Laity, 1992)는 훨씬 더 성경적이고 급진적인(radical)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 책은 성경적으로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면서 평신도층을 폐지하자고까지 과격한(?) 주장을 하고 있다. 왜냐하면 성직자 역시 하나님의 영광스런 백성인 평신도(the Laity)에 속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스티븐스 교수는 성직자-평신도, 비성직자-평신도란 신조어를 그의 강의록에서 사용하기도 한다. 아울러 그 자신이 목사로 일하다가 스스로 평신도 목수가 되기로 결심한 장본인이기 때문에 그의 주장은 더욱 호소력있게 전달되는 것 같다.

혹자는 저자가 너무 이상적인 모델을 제시하고 있지 않은가 하고 일리 있게 지적하고 있으나, 손봉호 박사의 말처럼 저자의 주장은 원칙적으로 옳을 뿐 아니라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기에 충분한 내용을 담고 있다.



IVP에서는 폴 스티븐스의 또 다른 저서를 번역해 소개할 계획이며, 금년 가을에는 로버트 뱅크스의 [일상 생활 속의 그리스도인](All the Business of Life)을 출간할 예정이다.

뱅크스의 책은 '보통' 그리스도인들이 날마다 영위하는 생활의 여러 측면 - 쇼핑, 취미, 통근, 건강 등 - 을 신학적으로 조망하는 생활신학의 정립을 모색하고 있다.

상기한 책들을 시발점으로 IVP에서는 앞으로 평신도 운동과 관련된 서적들을 본격적으로 출판할 예정이다.



한편 평신도와 관련하여 다루어야 할 주제는 평신도 신학의 정립, 역사적 고찰, 종교 개혁의 만인 제사장직, 교회 내에서의 평신도, 세상 속에서의 평신도, 평신도 구비 사역(equipping the laity)과 리더십, 평신도의 영성, 직업과 소명의 문제 등등 매우 광범위하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보나 국내적으로 봐도 개신교는 이 분야에 있어 로마 카톨릭보다 후진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북미에서도 최근에야 개신교 진영에서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고, 그 결과 조금씩 출판물이 증가되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앞서가고 있는 학자를 꼽으라면 역시 캐나다 리젠트 신학대학원의 폴 스티븐스 교수와 미국 풀러 신학교의 리차드 마우와 로버트 뱅크스(국적은 호주)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도 평신도 지도자의 중요성을 외친 광야의 목소리가 산발적으로 있어오긴 했으나, 어떤 가시적인 열매를 찾아보긴 힘든 실정이다.

이같은 동향을 고려해 볼 때, 한국의 기독 출판계는 기존의 출판 방향을 재점검하고 '보통' 그리스도인들이 생활 현장에서 실제로 부딪히는 많은 문제들을 성경적 신학적으로 조명해 주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담당할 시점에 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제는 한국 교회의 갱신 및 교회의 사회적 책임과도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즉, 지금까지 아마튜어 신분으로 주말에만 교회 봉사에 임했던 평신도들이 교회 안팎에서 본격적인 사역자로 그 위상을 회복하고, 교회 울타리 내에 갇혀 있던 하나님의 나라 사역이 세상에까지 확대되는 큰 전환점을 이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오늘 한국 사회는 제반 영역에서 진정한 기독교적 리더십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으며, 이는 대부분 성직자들의 직접적인 영향권 밖에 있는 영역들이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들어 점차 활성화되고 있는 전문연구운동이나 직장사역연구소 등은 차세대의 지도력을 개발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 기대된다.



오랫동안 성직자 중심주의에 젖어왔던 한국 교회에서 평신도의 존엄성을 되찾고 하나님의 얼어붙은 백성(마크 깁스와 랄프 모튼이 지은 God's Frozen People이란 책 제목이 시사하듯이)을 해방시켜, 교회 및 세상에서 그 본연의 사역을 감당케 하는 것은 그야말로 제2의 종교 개혁이라 불릴만큼 엄청난 과업이요, 코페르니쿠스적인 의식 전환이 요구되는 과제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이것은 또한 21세기를 진입하는 오늘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어진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사명이라 생각된다. 이러한 하나님 나라의 새로운 장(場)을 열어가는 데 기독교 문서 사역자들이 감당해야 할 전략적 역할이 있으며, IVP는 그 물결을 주도해 나가는 선도적인 출판사가 되길 소망한다.

 

                                                                                             [Summer,1994|제2권 제2호 통권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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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lee

            

 

출처 : 평신도 봉화대
글쓴이 : 오우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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