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현대 LG, SK…. 치열한 경쟁과 경영정신으로 오늘날 한국을 이끄는 대기업으로 성장시킨 창업주의 자녀교육 노하우는 그들의 ‘남다른’ 경영철학 만큼이나 ‘남다르다’.
자녀 교육을 고민하는 부모라면, 벤치마킹하기에 충분한 명문기업가의 자녀 교육지침, 대표적인 기업인 삼성, 현대, LG 회장가의 교육법을 정리했다.
삼성家 이건희 회장의 교육법
20년이 지나면서 그 ‘어떻게’란 지침의 경영수업은 빛을 발해 이건희 회장은 부친으로부터 ‘숲을 보는 눈’을 배울 수 있었고 동시에 강력한 카리스마까지 물려받았다. 그 결과, 오늘날 글로벌 기업 삼성을 이끄는 글로벌 리더가 탄생한 것이다.
상상력·창의력이 풍부한 아이로 길러라.
이건희 회장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녀들과 탁구를 즐길 정도로 자상한 아버지 타입.
자녀가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도 아이들의 뺨을 부빌 정도로 잔정이 많았다고 전해진다. 그는 아들(이재용)에게 “굳이 서울대에 가야 하느냐? 운동도 하면서 살아라”고 충고할 정도로 자유방임적인 교육을 지향했다.
이 회장은 평소 리더로서의 덕목으로 5가지를 강조한다.
알아야 하고(知), 행동해야 하며(行), 시킬 줄 알아야 하고(用), 가르칠 수 있어야 하며(訓), 사람과 일을 평가할 줄 아는 것(評)이 그것이다.
그는 또 인간 이해의 폭을 넓히는 교양과 감수성을 강조함과 더불어 ‘사람 다스리는 법’, 즉 ‘이건희식 리더십’을 가르친다고 알려져 있는데 평소 자녀들에게
이 회장은 그 책을 통해 진정한 리더라면 조직원들이 각자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 회장의 리더십은 현재 재용 씨(삼성전자 상무), 부진 씨(신라호텔 상무), 서현 씨(제일모직 상무보) 등 2세들에게 전수되고 있다.
애완동물을 기르며 관계 지능을 키운다
감수성을 키우는 이건희 회장의 교육법 첫번째는 개를 기르는 것이다.
그는 자녀들과 주변사람들에게 항상 ‘1취(趣) 1예(藝)’는 있어야 삶이 윤택해진다고 강조했다. 그가 개를 기르라고 하는 이유는 개를 기르다 보면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하는 방법을 깨우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애견가로 유명한 이 회장. 그가 개를 좋아하게 된 것은 어릴 적 부친 손에 이끌려 일본으로 건너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기까지 혼자 있던 시간을 개와 함께 보냈던 배경의 영향이 크다.
어미로부터 새끼를 받아 키우는 과정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몸으로 느끼게 되고 그런 환경에서 자란다면 후일 사회생활을 할 때도 남을 생각할 줄 알게 된다고 이 회장은 강조한다.
그가 어린이날에 수십만 원씩 하는 외제 장난감 대신 강아지 한 마리, 새 한 쌍 선물하라고 조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양한 관점에서 보고 연결지어 해석하라
이 회장은 영화와 다큐멘터리 마니아로도 유명하다. 초등학교 때부터 1천편이 넘는 영화를 보며 자랐다. 하지만 무턱대로 영화를 보는 것은 아니라고.
처음에는 줄거리 위주로, 다음은 배역 위주, 또 그 다음은 무대조명 위주 등 볼 때마다 관점을 달리하는 타입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사물을 보면서도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보는 입체적인 사고를 기르기 위해 스스로 고안해 낸 영상 훈련법인 셈이다. 그가 입체적 사고를 강조하는 이유는 입체적 사고가 생활화하면 일석이조가 아니라 ‘일석오조’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의 입체적 영화감상법의 백미는 영화
특히 벤허는 경기 전날 밤 네 마리 말을 한 마리씩 어루만지면서 사랑을 쏟고 용기를 준다. 그 결과를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현대家 정몽구 회장의 교육법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회장은 자식 교육에 따로 시간을 내지 않았다. 단지 아침 식사를 가족이 모두 모여 하는 것이 원칙이었던 것.
정 회장의 밥상머리 교육의 키워드는 ‘근면’과 ‘성실’. 그는 생전에 청운동 자택에 ‘한결같이 부지런하면 천하게 어려움이 없는 법이다’라는 글귀를 걸어 놓았다.
실제 자가용으로 손자를 등교시키는 며느리들을 보고 “젊었을 때 콩나물 버스에서 시달려봐야 나중에 자가용 샀을 때 기쁨을 안다”고 역정을 낸 적도 있다고.
인정과 의리의 기풍을 가르친다 :
슬하에 1남 3녀를 둔 정몽구 회장은 ‘의리’와 인정을 중요시하는 선친의 성격을 고스란히 이어 받아 자녀들에게도 같은 덕목을 강조한다. 특히, 가족애는 여타 재벌가 못잖은 결속력을 보여주는데 선친 그랬듯 정몽구 회장도 자녀는 물론 사위까지 일주일에 한번은 불러 아침 식사를 같이 한다. 식사가 끝나면 종종 가족들과 함께 경기도 광주 허름한 농가를 구입해 만든 주말농장에서 농사를 함께 짓기도 한다. 가을 수확 때면 직접 논에 들어가 가을걷이에 나서는 그를 보고 사위들이 곤혹스러워하기도 했다는데 그런 그의 모습은 근면하고 성실한 선친의 영향을 받은 셈이다.
아침형 인간으로 살아라 :
정 회장의 출근 시간은 오전 6시 30분. 이런 습관 역시 정주영 회장에게서 철저하게 학습된 것이랄 수 있다. 선친의 반 강제적인(?)인 새벽 출근이 몸에 밴 정몽구 회장은 지금도 어김없이 새벽에 집을 나서는데 하루 24시간을 남들의 2배로 활용하려면 이른 아침부터 뛰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아침형 인간’으로서의 삶 역시 대를 이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하고 만다’는 돌관정신을 가르친다 :
정 회장의 트레이드마크인 ‘돌관정신’은 시테크의 또 다른 개념. ‘돌관정신’이란 선친이 어떤 난관에 처할 때마다 “해보기나 했어?”라며 특유의 추진력을 발휘했던 것을 가리킨다.
그는 외아들 의선 씨의 경영수업도 매우 엄격하게 시켰는데 그는 입버릇처럼 ‘좀 더 잘 할 수 없나’, ‘좀 더 잘 만들 수 없나’ 등 ‘좀더’라는 말을 자주 쓴다. 지금 상황에 만족하지 않기 때문에 아들에게 ‘좀더’라는 담금질을 하는 것이다.
가부장적인 가풍이 남다른 정 회장 일가에서 또 하나 중요시하는 것이 예절 교육. 그래서 의선 씨는 윗사람에 대해 사소한 것도 지나치는 법이 없어 예의 바르며 겸손하다는 평을 듣는다.
현장이 배움의 장이자 성장의 토대다 :
의선 씨는 아버지 정몽구 회장으로부터 현장의 중요성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의선 씨가 중요한 경영 현안이 없는 날이면 일주일에 한두 번은 어김없이 공장을 찾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인데 “현장에서 보고 배우고 느끼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정몽구 회장의 3현(현장·현물·현실)가르침을 충실히 따르는 것이다.
사실 정 회장 만큼 현장을 중시하는 총수도 드물다. 중요한 결정은 거의 현장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데 중국·미국·인도 등 해외 공장을 직접 방문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정 회장은 남의 말을 귀담아 듣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특히 사업이나 경영에 도움이 된다면 경쟁사에서도 배운다. '그랜저 TG'를 개발할 때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렉서스 ES 330' 를 철저하게 보고 배웠다. 그래선지 그는 아들 의선 씨에게도 평소 벤치마킹에 대해 자주 주문한다.
사실 정 회장은 의선 씨의 후계자 수업에 각별한 관심을 쏟는데 의선 씨의 경우 구매담당 이사로 현대차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는 정몽구 회장이 정주영 회장으로 부터 받은 경영수업 코스 그대로다.
LG家 구인회 회장의 교육법
구본무 LG회장 일가의 자녀교육을 한 마디로 말하면 ‘가족 간의 인화를 중시하라’다. 특히 유교적 가풍이 강해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자녀는 6남 4녀로 장남은 구자경 LG 그룹 명예회장이다. 구 명예회장은 선친인 구인회 창업주의 뒤를 이어 LG 그룹의 2대 회장을 역임했다.
3대 회장은 구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본무 회장이다.
한번 사귄 사람과 헤어지지 말고, 헤어진다면 적이 되지 마라!
생전에 창업주 연암 구인회 회장이 자손들에게 강조한 것.
이런 가르침은 70년 이상 지속됐던 허씨 가문과의 동업관계서도 적용됐다.
창립부터 2005년 LG(구씨 집안)와 GS(허씨 집안이 갖고 간 GS 칼텍스·GS 건설·GS홈쇼핑 등)로 나눠지기까지 LG 그룹에 참여한 구씨와 허씨의 일가는 수십 명에 이른다.
두 집안의 동업은 3대에 걸쳐졌고 양가 모두 다손이라 다른 재벌가에 비해 가계도가 복잡하다. 하지만 LG와 GS로 분사되는 과정에서도 양가는 잡음 없이 “부득이 헤어진다면 적이 되지 말라”는 구 회장의 가르침을 성실히 따랐다. 서로 양보해 적을 만들지 않고 분사에 성공했던 것. 유교적인 가정교육과 대를 잇은 가르침이 이룬 결과였다.
부는 스스로 일구어야 가치가 생긴다 :
구 회장의 지론은 ‘돈이란 벌 때 아껴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돈이자 동업자인 告 허준구 회장도 판매와 구매 일을 맡으면서 수금하러 다닐 때 고무신을 신고 다닐 정도로 창업주 구인회 회장과는 찰떡궁합이었다고 전해진다. 창업주를 필두로 이러한 근검절약 정신과 독립심은 지금까지 대대손손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물건을 사면 사용기한을 정해 그때까지 아껴 쓰도록 했다. 기한 전에 잊어버리거나 함부로 훼손하면 절대 돈을 주지 않았다.
구자경 명예회장은 “부는 사람의 노력에 따른 결정체이지만 언젠가는 여러 제도를 통해 사회로 돌아가게 마련이다”고 강조해다. 그래선지 구본무 회장도 자녀들에게 늘 근검절약 정신을 강조하며 “가치 있는 일에 돈을 쓸 줄 아는 지혜”를 역설한다.
구본무 회장은 맞춤복 보다 자사인 LG패션 매장에서 기성복을 구입해 입는다고 알려져 있다.
어렵고 힘들고 더러운 것을 밑천으로 삼는다 :
LG의 2대 회장인 구자경 명예회장은 부친인 구인회 창업주로부터 혹독한 경영수업을 받았다. 진주사법대학 졸업 후 5년간 교직에 있었던 구자경 명예회장은 아버지의 부름을 받고 경영자의 길을 걷게 되는데 1952년 당시 LG 그룹의 시초인 ‘락희화학’은 플라스틱 공업에 진출했다.
그때 아들에게 맡겨진 일은 새벽마다 몰려드는 상인들에게 제품을 나눠주고 낮 동안에도 공장에서 일 하다가 밤이면 하루 씩 번갈아가며 숙직하는 것이었다. 허름한 야전점퍼에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잠을 자야하는 겨울이 4년째 반복돼도 아버지는 고생한다는 위로의 말 한 마디 하지 않았다.
당시 아들의 소원은 아버지로부터 칭찬 한마디 들어보는 것. 주변 사람들이 장남에 대한 혹독한 경영수업에 뭐라 할라치면 구인회 회장은 “대장장이는 하찮은 호미 한 자루 만드는 데도 담금질을 되풀이해 무쇠를 단련한다. 내 아들이 귀하니까 저렇게 일을 시키는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덕분에 구 명예회장은 현장에 대해선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의 전문가가 됐다.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정성을 쏟아라 : ‘현장중시’ 경영철학은 구본무 회장으로도 이어진다.
구본무 회장은 20년 넘게 경영수업을 받으며 실력을 닦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역시 조부에서 부친으로 이어지는 집안의 경영자 수업을 그대로 답습한 것.
구자경 명예회장은 가족들에게 “가족이기 때문에 쉽게 승진되고 사장, 임원은 따놓은 당상이라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마라. 이제부터는 너희들도 똑같이 경쟁이다”라고 늘 강조했다.
경쟁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고 기회 또한 동일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던 것.
누구를 후계자로 결정해서 그 능력을 향상시켜 나갈 것인지 항상 염두에 두고 정성을 쏟아야 한다는 선대 회장으로서의 준비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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