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순장&섬기는자

남을 칭찬하는 일에 대해 (황대연목사)

가디우스 2007. 9. 21. 09:31

남을 칭찬하는 일에 대해 (황대연목사)

 

아무 연고도 없는 이곳 시화공단 지역에서 처음에 저희 부부가 교회를 개척할 때, 한 영혼 한 영혼이 얼마나 소중했던지 그야말로 교회에 와주는 것만 해도 감사했었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작은 교회에도 예배를 드리겠다고 찾아오고, 또 나 같은 사람에게서도 설교를 듣겠다고 오는 사람이 있다니! 그리고 그 다음 주일에도, 그 다음 주일에도 이 바쁜 세상에 다른 데 가지 않고 또 그 설교를 듣겠다고 이 작은 교회를 찾아 나오다니!

물론 본인들의 신앙이 있기도 했겠지만, 개척교회 목사인 저는 마치 아기를 낳아놓고 그 앙증맞은 손가락이며 발가락이 얼마나 신기하고 신통한지 자꾸 만져보는 산모처럼, 교인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지극한 관심을 가지고 정성을 기울였었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일 년이 지나고, 또 일 년이 지나고 해를 거듭해 갈수록, 이제는 교회를 찾아 온 것만 해도 감사하다는 처음의 그 마음보다는, 사람들의성숙과 성장을 향한 어떤 기대감을 가지고 대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람들을 키워서 일꾼이 되면 이런 저런 사역들을 감당하도록 해야겠다. 그것이 또 주님의 뜻이기도 하니까, 하는 생각을 가진 것입니다. 이것은 개척 처음부터 가진 목회철학이기도 했습니다.

그러기에 각종 제자훈련도 하게 되고, 설교에 대한 적극적인 반응, 섬김의 삶에 대한 기대를 하게 되었지요.

그런데,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요? 기대만큼 변화되지 않는 교인들, 조금만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엉뚱한 소리를 하며 실쭉샐쭉 삐지기를 잘하는 교인들.. 이런 저런 교인들을 겪어가면서, 어느새 나으 ㅣ입에서는 칭찬과 격려가 점점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반면에 제 마음은 조급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생각해보면, 나하고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람들이고, 나에게 잘해줄 이유가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인데, 매 주일마다 교회에 와서 딱딱한 의자에 한 시간씩 앉아 말씀을 듣고, 식사 봉사며, 예배실 청소며, 이런 저런 수고들을 하는 분들인데, 단지 목사인 나의 기대만큼 빨리 변화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감사보다는 한숨과 탄식으로 여러 날들을 보냈던 것입니다. 지금 생각하니 제 자신이 그 땐 열정은 있었으되 지혜가 부족하고 연소함을 드러내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 개척을 하여 한 교회에서만 십년을 넘게 목회를 하는 요즘은, 할 수 있는 대로 교회 식구들에게 많은 칭찬과 격려를 하려고 노력합니다. 어떤 입발림말로가 아니라 진심을 담아 칭찬합니다.

이 일이 가능한 것은, <기대의 수준을 낮췄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담임목사와 똑같지 않습니다. 물론 담임목사보다 교회 일을 더 나은 헌신을 하는 분들도 없지 않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는 담임목사가 가장 헌신됩니다.

그것을, 담임목사가 왜 나와 똑같지 않느냐고, 왜 나처럼 헌금 생활을 하지 않으며, 왜 나처럼 모든 공 예배에 참석을 하지 않으며, 왜 나처럼 큐티(Q.T)하지 않으며, 성경을 읽지 않으며, 왜 나처럼 기도생활을 하지 않느냐고 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그저 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고, 각 사람의 처지와 형편에 따라 기대의 수준을 조금 낮춰서 “그 정도만 해도 참 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저절로 칭찬과 격려가 나옵니다. 그때 하나님께서 일하십니다.

술에 찌들어 가족들에게 고통을 주고, 심각하게 이혼 당할 위기에 처했던 사람이 지난주일 밤에는 온 가족으로 더불어 하나님께 나와 찬양을 하는 모습을 보며, 저희 교회 성도들은 하나님의 손길 아래 그렇게 조금씩 변화되고 성장해 가고 있음을 새삼 발견합니다. 그런 면에서 하나님의 말씀과 더불어 칭찬과 격려는 참 좋은 밑거름이 됩니다.

 

장독대에 크기도 다르고, 모양도 다른 항아리 속에서 저마다 된장, 고추장, 간장, 김치, 젓갈 등등... 담근 시기도 다르고 맛도 다르지만, 저마다 형형색색이 어우러져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맛있게 익어가듯이, 사람들은 하나님의 은혜 중에 반드시 변화되기 마련입니다. 신앙적으로, 영적으로 분명히 성장할 것입니다. 단지 조금 시간이 필요할 뿐입니다. 조금 기다려 주는 것이 필요한 따름입니다.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녀, 직장 동료들 사이에 상대방에 대한 기대의 수준을 조금만 낮추면, 칭찬과 격려할 ‘거리’가 무척 많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문제는 그가 아니라, 나에게 있습니다.♣

    <목사. 경기도 시흥 한가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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