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양육/일반자녀교육

명품 좇는 아이? 경제개념부터 키워주세요

가디우스 2007. 9. 12. 19:00

명품 좇는 아이? 경제개념부터 키워주세요


 어른 생각,아이 마음

세 돌, 네 돌도 안 된 아이들에게 악기, 미술, 한글, 산수를 가르치는 것도 그 부작용이 걱정스러운데, 한 살도 안 된 갓난아이들에게 외국어와 영재 교육을 시킨다는 엄마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제 나이에 맞는 놀이를 통해 균형 잡힌 성장발달을 해야 할 유소아들에게 장기적으로는 심각한 결과만 초래하는 ‘고문’이 아닐 수 없다.

극소수의 천재들을 제외하고는 다섯 돌 이전 아이들은 집중력도 그리 길지 않거니와, 숫자나 추상적인 개념을 이해할 능력이 없다. 학습과 책에 대한 염증만 생길 뿐이다. 몸을 움직이며 자연스런 신체 접촉을 통해 감성영역과 사회영역에서 성장할 수 있는 놀이의 기회를 차단하고 공부와 예체능 등 조기교육을 강요할 경우, 아이들은 학습 부진은 물론, 타인과의 감정교류에 장애를 보여 마치 발달장애나 자폐증 환자처럼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자기애적 성격 장애를 가진 어머니들, 우울하고 불안한 성향이 있는 어머니들이 자기 아이의 성격과 발달에 맞추는 교육 보다는, 남에게 과시하거나 혹은 남도 하니까 나도 따라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악용하는 사교육 기관의 상술도 물론 한 몫 한다. 이러이러한 프로그램을 시키지 않으면, 당신 자녀만 소외되고 뒤떨어진다는 식의 ‘협박’을 들으면 마음 약한 어머니들은 우왕좌왕 몰려다니면서 돈과 에너지를 낭비하다가, 정작 학습이 필요한 시기에는 아이들이 강력히 공부를 거부하니 골치를 앓게 된다.

수학이나 언어 공부는 반드시 활자 매체를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 아닌데도, 아이들이 노는 것을 무조건 막아 안타깝기도 하다. 부모가 조금만 신경 쓰면, 실은 모든 놀이가 곧 학습인데도 말이다. 걸어 다니면서 간판만 봐도 엄청난 단어를 익힐 수가 있고, 자동차 번호판은 훌륭한 산수 놀이 감이다. 가로수, 화단의 꽃과 벌레, 바람과 비의 움직임, 달과 별의 변화를 관찰해도 과학 공부가 된다. 부모와 함께 부르는 유행가, 동요, 가곡을 통해 아이들은 음악을 익히고, 아이들과 함께 그림 그리고 찰흙을 주무르면, 그게 곧 훌륭한 미술교육이다. 집안일도 마찬가지. 요리와 바느질은 아이들에게 창의력과 손의 운동 감각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청소와 빨래 같은 가사 일을 통해서도 장래 일터에서 요구하는 인내심과 작업능력을 키울 수 있다. 친지들과의 만남을 통해, 견식을 넓히고 사회성을 익히는 훈련을 하는 것도 좋다.

지금까지 많은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공부만 강조하느라, 놀이나 일, 가족관계에서 배울 수 있는 여러 가지 기회를 차단해 왔다. 초등학교 학생 중 사분의 일 이상이 정신과적 문제가 있다는 보건복지부의 조사, 고교생이나 대학생들의 절반 이상이 심각한 심리적 문제를 안고 산다는 많은 연구 결과처럼, 왜곡된 인간형을 키워 온 셈이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성공적인 인간은 성적만 좋은 사람이 아니다. 일을 끝까지 수행하는 추진력, 다른 사람과 인간관계를 잘 맺는 사회성, 번 돈을 잘 관리하고 잘 쓰는 경제관념, 고통을 나누고 배려하는 인간미, 어려운 일이나 자기의 관점과 맞지 않는 요구들을 참고 유연하게 다루는 능력들은 책이 아닌 일상생활을 통해서 배울 수 있다. 청년백수가 많아지고 생산성이 개선되지 않는 것은 경기침체 탓도 있지만, 노동의 즐거움과 차근차근 일을 배워나가는 태도를 가르치지 않은 기성세대 잘못은 혹시 아닐까.

필자가 아는 미국대학의 교수들은 한국학생들이 머리도 좋고 지식도 많은데 창조적 진취성이나 지구력과 자발성이 부족하다고 종종 지적한다. 주입식 학교교육만 탓할게 아니라 부모들이 먼저 놀이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아이들의 잠재 능력을 개발시켜 주자. 방학에 애들이 공부는 안하고 놀기만 한다고 한숨만 쉬고 있지 말고,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우는 재미난 체험을 어떻게 해줄지 좀 더 진지하게 연구해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