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양육/일반자녀교육

자녀교육의 첫번째 단추 행복한 부부

가디우스 2007. 9. 12. 18:34

초등학생과 중학생 각 1명을 자녀로 둔 40대 가장 L씨. 그는 요즘 아내에 대한 불만으로 부부상담기관을 찾기에 이르렀다. 그의 불만인즉, 자녀들의 시험기간엔 아내로부터 철저히 소외 당한다는 것. 자녀들에게 쏟는 노력의 10분의 1만 해줘도 이토록 외롭지 않을 거란 L씨의 토로는 40대 가장이라면 대개 공감하는 불만 유형이다. 그런가 하면 주말을 맞아 모처럼 텔레비전을 보기 위해 리모컨을 누른 J씨는 “애 공부하는 거 안 보여, 꺼요! 협조는 못할망정 으이구…” 하는 아내의 핍박을 듣고, 자식 공부시키겠다는 아내의 열정(?)은 이해하나 점점 더 소외되어가는 자신의 모습에 화가 난다는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아내들도 할말은 많다. 평소엔 아이들 교육에 별 신경도 안 쓰다가 성적 나온 결과만을 보고 “집에서 뭐했냐? 애를 이렇게 놔두고! 도대체 먹고 하는 일이 뭐냐? 돈 벌어다 주면 애들이나 잘 키워야지”하며 아내에게 모두 책임을 돌리며 아내의 감정을 상하게 만드는 경우도 흔하다. 또 어떤 경우는 남편이 아이들 대학 들어갈 때까지는 아내의 모든 약속모임과 활동을 자제하라는 명령(?) 아닌 명령을 해 가족여행은 물론 자기 시간을 자유롭게 가져보지도 못했다고 항변하기도 한다.

미국의 유명한 심리학자 존 가트만(Gottman) 박사는 부부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문제(solvable issue)와 해결할 수 없는 문제(perpetual issue)로 크게 나누고 있다. 이 중 약 70%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부부가 반복적으로 싸우게 된다고 했다. 대개는 남녀의 차이, 성장 배경, 가치관의 차이, 성격유형의 차이 등이 그 원인으로 ‘자녀양육문제’ 또한 해결할 수 없는 갈등 중의 하나라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부부가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노력은 과연 없는 걸까? 대답은 ‘아니다’이다.

우선 구체적인 해결 방법에 앞서 자녀양육에 관해 몇 가지 기억해두자. 첫째, 자녀양육에는 일방적인 책임자란 없다. 다시 말해 부부는 공동의 책임자로서 감독과 코치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남편과 아내 중 누가 감독을 맡고 코치가 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정해진 공동(부모, 자녀)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스태프(staff)으로서의 마음가짐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자녀’라는 선수의 특징과 강?약점을 잘 파악하여 작전을 함께 짜고 훈련계획을 세우는 등 긴밀한 대화와 협조, 즉 함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스태프(부부) 간의 불화는 선수(자녀)에게는 물론 각자에게도 깊은 상처의 경험을 낳게 된다. 당장은 큰 표시 안 나고 잘 해나간다 하더라도 보이지 않는 갈등이 지속되면 서로를 지치게 만들고 관계가 악화되어 급기야는 헤어지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따라서 스태프로서의 부부는 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함께 해결해 나가고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 그렇다면 힘이 되어 주는 방법은 무엇인가? 우선은 배우자가 자녀양육에 있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왜 그렇게 하려고 하는지에 대해 비판 없이 있는 그대로를 들어주자.
예컨대 K씨 부부의 경우 부인은 어릴 적 가정형편이 어려워 자신이 이루지 못했던 꿈과 받았던 상처 회복을 위해 자녀교육에 최선을 다하려 했고, 남편은 어려서부터 자신만을 위해 희생해온 어머니가 아버지와 불행한 노후를 보낸 후 자신에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고, 아내가 아이에게 하는 행동이 싫게만 느껴지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하자. 일단은 가감 없이 지금의 마음을 배우자에게 고백해 보자. 가령 부인의 어려움을 들은 K씨라면 “그랬구나, 당신이 왜 그렇게 아이들에게 집착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가고 답답하기만 했는데 그런 마음이었네. 애들이 잘 따라와주면 좋으련만 괜히 당신만 속 끓이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 나도 도와볼 테니 해봅시다. 하지만 난 당신이 지금이라도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좋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집착하게 되기가 쉽고 애들도 많이 힘들어 할지도 모르고…”라고 말해주는 게 좋다.

또 남편의 얘기를 들은 아내는 “당신 어쩌면 힘든 얘기였을지도 모르는데 얘기해줘서 고마워요. 내가 너무 싫었겠네. 난 당신이랑 오랫동안 잘 지내고 싶어요. 너무 애들한테만 정신이 팔려 당신을 소홀히 대했다면 미안해요. 내 의도는 아니었는데 그래도 당신이 있으니까 너무 든든해요. 혼자가 아니라서. 애들 잘 키우고 싶은 마음, 당신도 알죠? 도와주면 큰 힘 될 거에요”라고 말해본다. 쉽지 않은 접근이지만 한번의 용기가 평생의 간극을 해결해줄 수 있음을 기억하도록 하자.


물론 이러한 내용의 대화가 모든 문제를 속 시원히 해결해줄 리 없다. 그러나 해결되지 않는 갈등임을 인식하고 서로의 입장이나 숨은 바램을 존중하면서 상대를 비난하지 않고 나의 화(anger)보다는 바램이나 요구를 표현해보자. 두 사람 사이의 긍정적인 감정은 반드시 문제해결의 열쇠가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