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양육/일반자녀교육

자연에 겸손한 인간 키워낸다

가디우스 2007. 9. 12. 16:54

자연에 겸손한 인간 키워낸다

 


도시 아이들이 자연과 더불어 즐거운 어린 시절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일본 열도가 몸살을 앓던 31년 전, 당시 대학 졸업반이던 야마모토(53·사진)는 한 일간지 기사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신문에는 20년 동안 도쿄에서 공립학교 교사로 재직한 아오키가 농촌에서 도시 아이들을 위한 캠프를 운영한다는 내용과, 함께 일할 활동가를 모집한다는 공지가 나와 있었다. 야마모토씨는 아오키 교사가 만든 교육운동단체 ‘소다테루카이’(키움회)에 활동가로 취직했는데, 당시 이 기사를 유심히 본 사람은 야마모토뿐만이 아니었다.

소규모 교육단체서 출발해 법인으로 커져
1년간 농촌학교 다니며 문화·생활 체험
지역주민·사회단체 손잡은 ‘운동’ 돼야

운동의 취지에 공감해 아이를 캠프에 보내고 싶다는 학부모들의 문의가 빗발치면서, 도쿄도가 소다테루카이를 사회교육단체로 등록하고 문부성이 사회교육법인으로 인가하기에 이르렀다. 캠프에 참가한 아이들이 방학 기간에 국한된 농촌 체험에 만족하지 않자, 소다테루카이는 초·중생들이 1년 동안 농촌 학교에 다니면서 생활·문화 체험을 하는 ‘산촌유학’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고령화와 학교 통폐합으로 골치를 앓던 농촌에선 도시 학생들의 방문을 몹시 반겼다. 나가노현을 비롯한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나서서 재정 지원을 하고, 기숙사 등 대규모 시설을 짓거나 직접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지자체도 생겼다. 1976년부터 지난해까지 일본에서 산촌유학을 해 본 학교는 전국적으로 300여곳에 이른다. 지난해에만 187개 학교에서 880명이 산촌유학을 경험했다.

“경쟁에 익숙하고 필요한 물건을 언제 어디서든 구할 수 있는 환경에서 살아온 도시 아이들은 자연과 더불어 소박하게 살아가는 농촌 생활을 하면서 식습관과 성격, 가치관이 눈에 띄게 변합니다. 농촌 아이들은 학교에 활기가 넘치고 학생 수가 적어 하기 힘들었던 모둠수업을 해 볼 수 있으니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거지요.”

야마모토 사무국장은 지난 23일 ㈔생태산촌만들기모임 초청으로 이루어진 강연에서, 산촌유학이 도시 인구의 농촌 유입을 위한 지자체 ‘사업’이 아니라 지역 주민과 사회단체가 손잡고 벌이는 ‘운동’의 성격으로 출발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일본 산촌유학은 행정이 주체인 곳이 20%, 지역 주민과 학교가 주체인 곳이 60%, 민간단체가 주체인 곳이 20% 정도 됩니다. 행정이 주체인 곳은 비교적 예산이 넉넉하지요. 그러나 돈이 많다고 취지를 더 잘 살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산촌유학은 도시와 농촌 아이들 모두가 자연에서 배우며 겸손한 인간으로 자라나자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필요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아이들이 즐겁게 지낼 수 있는 생활·문화의 토대를 가꾸는 일은 사명감 있는 활동가와 지역 주민, 학교가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입니다. 시스템보다는 ‘사람’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