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품에 간직된 ‘소니 녹음기’
삼성그룹 창업자인 고 이병철 회장의 자식농사 얘기는 유명하다. 이 회장은 자식들에게 꼭 여섯 번 이상 ‘왜?’란 물음을 던지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경청의 중요성과 메모습관이 몸에 배도록 교육시켰다. 단순한 기록보관용 메모가 아니라 자기반성용으로 활용한 것이다. 그의 철두철미한 기록정신은 아들 이건희 회장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메모지에서 녹음기로 바뀌긴 했지만 부친으로부터 익힌 메모습관은 몸에 배었다. 1990년대 중반까지 이건희 회장 품안에서 떠나지 않았던 것이 ‘소니 녹음기’였다. 이 회장은 1990년대 초 삼성 신임 임원들에게 소니
녹음기와 팩시밀리를 지급토록 비서실에 지시하면서 그룹 내 기록문화를 전파시켰다.
이 회장은 또 사업에 성공하기 위해선 운(運), 근(根), 둔(鈍)이 필요하다고 가르쳤다. 운이란 환경변화에 성공했음을 뜻한다. 어떤 노력도 없이 요행을 바라는 건 운이 아니라는 시각이다. 충분히 노력하고 고뇌한 뒤 따르는 게 운이라고 했다.
근은 고객의 믿음을 얻기 위한 끈기와 집념을 말하며 둔은 잔꾀를 부리지 않고 기본에 충실한 자세를 일컬었다.이병철 회장은 말 잘하는 아이보다 잘 듣는 아이로 키우기와 칼을 들되 휘두르지 말고 목적을 이루라는 교육도 빼놓지 않았다. 경청은 상대방을 인정하고 관심과 존중을 나타내는 배려라 여겼다. 이런 교육법은 이건희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 CJ그룹 이재현 회장 등 2세, 3세로 이어지며 기업실적과 성장을 업계 최고로 끌어올리는 밑거름이 됐다. 이건희 회장은 상상력과 창의력이 풍부한 아이 만들기에 자녀교육의 초점을 맞췄다.
애완동물을 기르며 관계지능 키우기, 다양한 관점에서 보고 연결 지어 해석하기도 교육 메뉴에 넣었다. 그는 자녀들에게 성적만을 강조하지 않았다. 운동과 취미생활을 즐기면서 다양하게 살라고 충고할 정도로 자유방임적 교육을 중시했다. 부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도 문화를 특별한 게 아닌 생활의 한 부분으로 인식토록 어릴 때부터 문화적 감수성을 걸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그룹 창업주 고 정주영 회장의 자녀교육은 ‘밥자리’에서부터 시작됐다. 온 가족이 모인 밥상머리에서 교육이 이뤄졌다는 얘기다. 정몽구 현대 · 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을 비롯한 2세, 3세들은 밥상머리교육을 받으며 현대를 글로벌기업 대열에 올렸다.
아침식사만큼은 가족이 모여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밥상머리교육의 키워드는 근면과 성실. ‘한결 같이 부지런하면 천하에 어려움이 없는 법’이란 가르침을 주기위해 평생 새벽 5시면 자식들과 식사하는 근면성을 보여줬다.
새벽 5시 현대가 아침식사
그는 특별한 매뉴얼 없이 본인 의사에 맡기는 교육법을 썼다. 말을 앞세우지 말고 행동으로 모범을 보여주고 자립심, 긍정적 신념, 창조와 개척정신을 심어주는 데도 노력했다. 그는 특히 자녀들을 ‘아침형 인간’으로 키우는 데 신경 썼다. 아들 정몽구 회장은 아침 6시 30분이면 출근한다. 아침엔 머리회전이 활발하고 집중력이 높아 중요 의사결정과 토의는 주로 아침시간에 처리하는 게 효과적이란 시각에서다. 그는 자녀들에게 의리, 인정, 가족결속을 중요 덕목으로 가르쳤다. 매주말 사위들까지 불러 아침식사를 하며 가끔 주말농장도 찾아 가족애를 다진다. 그러면서도 어려운 사람들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는 가르침에 봉사활동 역시 게을리하지 않는다.
정주영 회장은 현대가의 상징적 이미지인 불도저 정신 교육도 중요하게 생각했다. 난관을 이겨내는 돌파력을 강조한 그는 어떤 난관에 부닥칠 때마다 “해보기나 했어!”라며 특유의 추진력을 발휘했다.
70년 이어온 LG ‘가족 인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자녀교육은 한마디로 ‘가족 인화’다.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유교적 가풍이 녹아있는 자녀교육은 엄하기로 소문나 있다. 구인회 LG그룹 창업주 자녀는 6남 4녀, 장남인 구자경 그룹 회장은 4남 2녀를 둘만큼 자손이 많아 가족구성원 간의 화합과 인화가 필수교육이 됐다. 한번 사귄 사람과 헤어지지 말고 헤어진다면 적이 되지 말라는 말도 자주했다. 이 가르침은 70년 이상 이어져 허 씨 가문과의 동업에서 빛을 발했다. 2005년 LG와 GS그룹이 분사되는 과정에서 이 가르침을 충실히 따랐다. 위계질서가 엄격한 유교전통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또 사람관계
에서도 약속과 신의를 강조했다.
구본무 회장은 아주 소탈하고 검소하다. ‘돈이란 벌 때 아껴 써야하는 법’이라는 게 지론이다. 자녀들에게 근검절약과 독립심을 가르친 것이다.
부모 형제에게 기대지 말고 경제적 독립을 강조했다.
큰돈엔 배포를 갖지만 한 푼의 돈도 헤프게 쓰는 걸 용납하지 않는다. LG가는 어렵고 힘들고 더러운 것을 밑천으로 삼는 교육에도 주력했다.
SK 최종현 회장 “부족한 듯 생활하라”
교사를 꿈꿨던 구자경 회장은 5년 간 교사로 일하다 부친의 부름으로 경영자가 됐다. 4년 넘게 공장근로자로 고생하는 아들을 보며 구인회 회장은 “호미 한 자루 만드는 데도 담금질을 거듭해 무쇠로 단련한다. 내 아들이 귀하니까 저렇게 일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은 할아버지-아버지-손자로 이어지는 3대 체제가 아니라 형-동생-조카로 이어지는 2.5세 체제다. 1998년 8월 타계한 최종현 회장은 1976년 SK창업주이자 형인 고 최종건 회장 뒤를 이었고 최종현 회장 장남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고 최종현 회장이 자녀교육에서 강조한 건 과학적 탐구정신. 장남과 차남이 자연과학을 전공한 건 최 회장의 가르침 때문이다. 자녀들이 어떤 일에 의문을 가지면 그것을 합리적으로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파고들도록 훈련시켰다. 탐구하는 사고와 호기심을 키운 것이다.
최 회장은 ‘늘 부족한 듯 생활하라’는 말도 수시로 했다. 그는 미국 유학시절 자식들이 풍족하게 살 수 있게 하지 않았다. 용돈이 달려 가정교사로, 학교식당, 접시닦이로 전전해야 했다. 어느 날 최태원 회장이 중고차를 산 적 있다. 최종현 회장은 차를 어떻게 샀는지 현지 지사장에게 돈 출처를 알아 보고토록 했다.
최 회장은 또 ‘자기 밥그릇은 스스로 찾아 먹어라’는 교육도 자주했다. 자식들에게 “물적 재산이 아니라 재산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방법을 물려주고 싶다”며 생존법을 터득토록 자극을 줬다. 자녀들이 경영상 힘든 문제를 상의하면 “그건 네 문제니 고민하고 풀어라!”고 쫓아버린 적이 있다.
답을 알려주기보다 문제 푸는 법을 깨우치게 하려는 속 깊은 뜻에서다.
최 회장은 철저한 실용주의자다. 그는 ‘겉치레에 얽매여 앞일을 놓치지 말라’며 생전에 비싼 시계를 차본 일이 없다. ‘시계란 시간을 보기위한 것’이라며 회사 창립기념일 때 나눠줬던 손목시계를 차고 다녔다.
효성그룹가의 창업주 조홍제 회장은 자녀들에게 경제관념 심어주기 교육을 철저히 시켰다.
자녀들이 초등학교시절부터 용돈예산을 짜게 했고 그게 합당할 때만 돈을 줬다. 물론 사후관리도 잊지 않았다. 용돈을 쓴 뒤 꼭 결산을 하게 해 불필요한 낭비와 계획 없는 소비를 않도록 한 것이다. 성장한 자녀들이 외국에서 대학을 다닐 때도 접시닦이로 용돈을 보태어 쓸 정도로 최소한의 용돈만 줬다. 그의 외국어 조기학습법도 눈길을 끈다. 집안 대대로 해외망 구축을 중요시 여겼다. 자녀들에게 1~2개의 외국말 구사, 외국유학, 외국계 회사 경력 쌓기를 권했다.
효성가, 초등학교 때부터 경제교육
덕분에 효성가 2세, 3세 오너경영자들의 외국어 실력은 뛰어나다. 전경련 회장으로 있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도 외국어에 유창하다. 영어, 일본어 등 여러 개 외국어를 구사할 정도다. 조홍제 회장은 외국출장 때 손자들에게 선물을 사다주면서 “사용설명서를 말해보라”고 주문했다. 일종의 외국어교육법인 셈이다.
이번에 시끄러운 한화그룹가의 자식 농사법은 특이하다. 창업주인 고 김종희 그룹회장은 생전 별명(다이너마이트 김)답게 자녀들을 뚝심과 추진력으로 키웠다. 특히 장남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차남인 김호연 빙그레 회장에겐 특유의 ‘대장부론’을 강조했다. “남자는 술도 좀 마시고 담배도 피워보며 단 맛 쓴 맛 다 봐야한다”며 호연지기를 강조했다.
그는 또 자녀를 재(才)테크해야 한다며 천편일률적 교육을 삼갔다. 학원에 보내고 교재를 사주는 등 남이 하니까 따라하는 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다. 자녀의 꿈과 희망에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는 지론이다. 김승연 회장은 세 아들에게 ‘공부하라’는 말을 안 한다. 대신 다양한 경험, 문화체육활동을 권한다. 선친의 교육법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다. 또 부자간의 정을 중요시 여기는 한화가(家) 전통은 대대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둘째 아들 관련 사건도 그런 가풍과 정신적인 연장선상에서 비롯됐다는 게 재계 사람들의 시각이다.
삼성그룹 창업자인 고 이병철 회장의 자식농사 얘기는 유명하다. 이 회장은 자식들에게 꼭 여섯 번 이상 ‘왜?’란 물음을 던지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경청의 중요성과 메모습관이 몸에 배도록 교육시켰다. 단순한 기록보관용 메모가 아니라 자기반성용으로 활용한 것이다. 그의 철두철미한 기록정신은 아들 이건희 회장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메모지에서 녹음기로 바뀌긴 했지만 부친으로부터 익힌 메모습관은 몸에 배었다. 1990년대 중반까지 이건희 회장 품안에서 떠나지 않았던 것이 ‘소니 녹음기’였다. 이 회장은 1990년대 초 삼성 신임 임원들에게 소니
녹음기와 팩시밀리를 지급토록 비서실에 지시하면서 그룹 내 기록문화를 전파시켰다.
이 회장은 또 사업에 성공하기 위해선 운(運), 근(根), 둔(鈍)이 필요하다고 가르쳤다. 운이란 환경변화에 성공했음을 뜻한다. 어떤 노력도 없이 요행을 바라는 건 운이 아니라는 시각이다. 충분히 노력하고 고뇌한 뒤 따르는 게 운이라고 했다.
근은 고객의 믿음을 얻기 위한 끈기와 집념을 말하며 둔은 잔꾀를 부리지 않고 기본에 충실한 자세를 일컬었다.이병철 회장은 말 잘하는 아이보다 잘 듣는 아이로 키우기와 칼을 들되 휘두르지 말고 목적을 이루라는 교육도 빼놓지 않았다. 경청은 상대방을 인정하고 관심과 존중을 나타내는 배려라 여겼다. 이런 교육법은 이건희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 CJ그룹 이재현 회장 등 2세, 3세로 이어지며 기업실적과 성장을 업계 최고로 끌어올리는 밑거름이 됐다. 이건희 회장은 상상력과 창의력이 풍부한 아이 만들기에 자녀교육의 초점을 맞췄다.
애완동물을 기르며 관계지능 키우기, 다양한 관점에서 보고 연결 지어 해석하기도 교육 메뉴에 넣었다. 그는 자녀들에게 성적만을 강조하지 않았다. 운동과 취미생활을 즐기면서 다양하게 살라고 충고할 정도로 자유방임적 교육을 중시했다. 부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도 문화를 특별한 게 아닌 생활의 한 부분으로 인식토록 어릴 때부터 문화적 감수성을 걸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그룹 창업주 고 정주영 회장의 자녀교육은 ‘밥자리’에서부터 시작됐다. 온 가족이 모인 밥상머리에서 교육이 이뤄졌다는 얘기다. 정몽구 현대 · 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을 비롯한 2세, 3세들은 밥상머리교육을 받으며 현대를 글로벌기업 대열에 올렸다.
아침식사만큼은 가족이 모여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밥상머리교육의 키워드는 근면과 성실. ‘한결 같이 부지런하면 천하에 어려움이 없는 법’이란 가르침을 주기위해 평생 새벽 5시면 자식들과 식사하는 근면성을 보여줬다.
새벽 5시 현대가 아침식사
그는 특별한 매뉴얼 없이 본인 의사에 맡기는 교육법을 썼다. 말을 앞세우지 말고 행동으로 모범을 보여주고 자립심, 긍정적 신념, 창조와 개척정신을 심어주는 데도 노력했다. 그는 특히 자녀들을 ‘아침형 인간’으로 키우는 데 신경 썼다. 아들 정몽구 회장은 아침 6시 30분이면 출근한다. 아침엔 머리회전이 활발하고 집중력이 높아 중요 의사결정과 토의는 주로 아침시간에 처리하는 게 효과적이란 시각에서다. 그는 자녀들에게 의리, 인정, 가족결속을 중요 덕목으로 가르쳤다. 매주말 사위들까지 불러 아침식사를 하며 가끔 주말농장도 찾아 가족애를 다진다. 그러면서도 어려운 사람들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는 가르침에 봉사활동 역시 게을리하지 않는다.
정주영 회장은 현대가의 상징적 이미지인 불도저 정신 교육도 중요하게 생각했다. 난관을 이겨내는 돌파력을 강조한 그는 어떤 난관에 부닥칠 때마다 “해보기나 했어!”라며 특유의 추진력을 발휘했다.
70년 이어온 LG ‘가족 인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자녀교육은 한마디로 ‘가족 인화’다.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유교적 가풍이 녹아있는 자녀교육은 엄하기로 소문나 있다. 구인회 LG그룹 창업주 자녀는 6남 4녀, 장남인 구자경 그룹 회장은 4남 2녀를 둘만큼 자손이 많아 가족구성원 간의 화합과 인화가 필수교육이 됐다. 한번 사귄 사람과 헤어지지 말고 헤어진다면 적이 되지 말라는 말도 자주했다. 이 가르침은 70년 이상 이어져 허 씨 가문과의 동업에서 빛을 발했다. 2005년 LG와 GS그룹이 분사되는 과정에서 이 가르침을 충실히 따랐다. 위계질서가 엄격한 유교전통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또 사람관계
에서도 약속과 신의를 강조했다.
구본무 회장은 아주 소탈하고 검소하다. ‘돈이란 벌 때 아껴 써야하는 법’이라는 게 지론이다. 자녀들에게 근검절약과 독립심을 가르친 것이다.
부모 형제에게 기대지 말고 경제적 독립을 강조했다.
큰돈엔 배포를 갖지만 한 푼의 돈도 헤프게 쓰는 걸 용납하지 않는다. LG가는 어렵고 힘들고 더러운 것을 밑천으로 삼는 교육에도 주력했다.
SK 최종현 회장 “부족한 듯 생활하라”
교사를 꿈꿨던 구자경 회장은 5년 간 교사로 일하다 부친의 부름으로 경영자가 됐다. 4년 넘게 공장근로자로 고생하는 아들을 보며 구인회 회장은 “호미 한 자루 만드는 데도 담금질을 거듭해 무쇠로 단련한다. 내 아들이 귀하니까 저렇게 일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은 할아버지-아버지-손자로 이어지는 3대 체제가 아니라 형-동생-조카로 이어지는 2.5세 체제다. 1998년 8월 타계한 최종현 회장은 1976년 SK창업주이자 형인 고 최종건 회장 뒤를 이었고 최종현 회장 장남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고 최종현 회장이 자녀교육에서 강조한 건 과학적 탐구정신. 장남과 차남이 자연과학을 전공한 건 최 회장의 가르침 때문이다. 자녀들이 어떤 일에 의문을 가지면 그것을 합리적으로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파고들도록 훈련시켰다. 탐구하는 사고와 호기심을 키운 것이다.
최 회장은 ‘늘 부족한 듯 생활하라’는 말도 수시로 했다. 그는 미국 유학시절 자식들이 풍족하게 살 수 있게 하지 않았다. 용돈이 달려 가정교사로, 학교식당, 접시닦이로 전전해야 했다. 어느 날 최태원 회장이 중고차를 산 적 있다. 최종현 회장은 차를 어떻게 샀는지 현지 지사장에게 돈 출처를 알아 보고토록 했다.
최 회장은 또 ‘자기 밥그릇은 스스로 찾아 먹어라’는 교육도 자주했다. 자식들에게 “물적 재산이 아니라 재산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방법을 물려주고 싶다”며 생존법을 터득토록 자극을 줬다. 자녀들이 경영상 힘든 문제를 상의하면 “그건 네 문제니 고민하고 풀어라!”고 쫓아버린 적이 있다.
답을 알려주기보다 문제 푸는 법을 깨우치게 하려는 속 깊은 뜻에서다.
최 회장은 철저한 실용주의자다. 그는 ‘겉치레에 얽매여 앞일을 놓치지 말라’며 생전에 비싼 시계를 차본 일이 없다. ‘시계란 시간을 보기위한 것’이라며 회사 창립기념일 때 나눠줬던 손목시계를 차고 다녔다.
효성그룹가의 창업주 조홍제 회장은 자녀들에게 경제관념 심어주기 교육을 철저히 시켰다.
자녀들이 초등학교시절부터 용돈예산을 짜게 했고 그게 합당할 때만 돈을 줬다. 물론 사후관리도 잊지 않았다. 용돈을 쓴 뒤 꼭 결산을 하게 해 불필요한 낭비와 계획 없는 소비를 않도록 한 것이다. 성장한 자녀들이 외국에서 대학을 다닐 때도 접시닦이로 용돈을 보태어 쓸 정도로 최소한의 용돈만 줬다. 그의 외국어 조기학습법도 눈길을 끈다. 집안 대대로 해외망 구축을 중요시 여겼다. 자녀들에게 1~2개의 외국말 구사, 외국유학, 외국계 회사 경력 쌓기를 권했다.
효성가, 초등학교 때부터 경제교육
덕분에 효성가 2세, 3세 오너경영자들의 외국어 실력은 뛰어나다. 전경련 회장으로 있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도 외국어에 유창하다. 영어, 일본어 등 여러 개 외국어를 구사할 정도다. 조홍제 회장은 외국출장 때 손자들에게 선물을 사다주면서 “사용설명서를 말해보라”고 주문했다. 일종의 외국어교육법인 셈이다.
이번에 시끄러운 한화그룹가의 자식 농사법은 특이하다. 창업주인 고 김종희 그룹회장은 생전 별명(다이너마이트 김)답게 자녀들을 뚝심과 추진력으로 키웠다. 특히 장남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차남인 김호연 빙그레 회장에겐 특유의 ‘대장부론’을 강조했다. “남자는 술도 좀 마시고 담배도 피워보며 단 맛 쓴 맛 다 봐야한다”며 호연지기를 강조했다.
그는 또 자녀를 재(才)테크해야 한다며 천편일률적 교육을 삼갔다. 학원에 보내고 교재를 사주는 등 남이 하니까 따라하는 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다. 자녀의 꿈과 희망에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는 지론이다. 김승연 회장은 세 아들에게 ‘공부하라’는 말을 안 한다. 대신 다양한 경험, 문화체육활동을 권한다. 선친의 교육법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다. 또 부자간의 정을 중요시 여기는 한화가(家) 전통은 대대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둘째 아들 관련 사건도 그런 가풍과 정신적인 연장선상에서 비롯됐다는 게 재계 사람들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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