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Lean)시스템 도입 ㈜창신 Inc. | ||
생산도 조직문화도 모두 '혁신' | ||
신발에 도요타자동차 방식 도입 | ||
나이키, 전세계 제조사 모델로 채택 | ||
"혁신합시다!" "개선은 무한하다!"
1997년 어느 날 아침. 부산 사하구 장림시장에 우렁찬 구호가 울려퍼졌다. 'ABC운동'을 막 시작한 ㈜창신Inc.가 교육생 20여명을 무작정 시장으로 내보낸 것. 머뭇거리던 그들은 이내 조금씩 목소리를 키워갔다.
그로부터 9년. 그간 창신은 신발 제조 현장에 '도요타 생산방식(TPS)'을 전격 도입했고,이를 눈여겨본 나이키사는 창신을 전략적 파트너로 삼아 경영기법 'NOS'를 정립했다.
'NOS'는 1달러 지폐에 적힌 라틴어의 약자로 '새로운 질서가 시작되었다'는 의미다.
창신에서 출발한 '혁신'이 전 세계 나이키 제조사에 확산된 것이다.
창신은 TPS를 경영철학으로 진화시킨 '린(Lean) 시스템'까지 도입,조직문화 혁신운동을 펴고 있는 선두기업이 됐다.
창신이 걸어온 길은 신발업계는 물론 지역 중소기업계에 사뭇 남다른 의미를 던지고 있다.
도요타 경영에 눈뜨다 1997년위기가 닥쳤다. 자금 유동성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1994년부터 베트남과 중국에 공장을 설립하면서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게 원인이었다. 흘리는 땀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매출은 늘리고 비용을 줄여야 했다.
창신은 'ABC 경영혁신팀'을 창설,혁신의 발판을 마련했다. 'ABC'는 적극적 사고,최고의 품질,깨끗한 환경을 의미한다.
1998년도요타 생산방식을 전격 도입했다. 주위에선 "신발업에 무슨 자동차 생산방식이냐"고 했다.
'흐름'을 중심으로 모든 것을 재편했다.
각 공정별 효율성은 더이상 의미가 없었다. 모든 '낭비' 요인은 철저하게 분석,제거해 나갔다.
변화의 바람이 조금씩 일었다. 그간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이 모두 '문제'로 떠올랐다. 어느 공정이든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눈으로 보는 관리' 시스템을 도입했고,각 업무를 표준화하는 체크리스트도 도입했다. 도요타의 '5S 운동(정리,정돈,청소,청결,습관화)'도 곧장 현장에 적용했다.
1999년'자주개선활동'을 시작했다. 8명씩 팀을 이뤄 현장의 문제를 해결토록 했다. 목표제 성과관리 시스템도 이때 도입했다. '재고를 가지면 문제가 감춰진다'는 원칙에 따라 창고의 모든 물건을 꺼내 다시 정리했고,생산 흐름에 맞지 않는 재고품은 모두 치웠다. 자재 입고부터 제품의 생산,완제품 출고까지 전체가 하나의 흐름으로 관리되기 시작했다.
2000년창신의 빅바이어인 나이키가 나섰다. 나이키는 창신베트남㈜를 '린시스템' 시범공장으로 선정했다. 이듬해 9월,창신과 함께 '린 프로젝트 팀'을 설립하면서 'NOS'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 20여개사에 확산했고,창신베트남에 'NOS교육센터'도 개설했다. 창신은 100여명이 넘는 간부사원이 도요타자동차에서 연수를 계속했다. 전 직원은 연간 100시간의 'NOS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성과는 눈부셨다. 50만~60만켤레이던 월 생산량은 한달에 200만켤레,연간 2천400만켤레로 크게 늘었다. 불량률도 0.84%에서 0.15%로 큰 폭으로 줄었고,자재 손실률도 2003년 3%에서 지난해 1%대로 내렸다. 1999년,3일치였던 컨테이너 자재 재고량은 4시간치로 줄었다. 지난 2002년 1천839억원이던 매출액은 지난해 3천77억원이 됐다.
혁신은 끝 없는 여행 날렵한 기업을 향한 혁신에는 끝이 없는 법이다. 2005년그간 생산 현장에 공을 들여온 창신은 '린 시스템'을 전 조직으로 확대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철통 같은 보안 속에 '이노베이션 센터'를 설립했다. 11명의 직원이 개발한 각종 아이디어는 나이키 본사로 보내져 제품 생산에 활용된다. 지난달에는 개발부서의 패턴엔지니어와 개발자를 한데 모아 근무하는 실험을 진행중이다. 단순히 기능별로 나눴던 조직을 하나의 프로세스로 통합해 효율성을 높이는 과정이다.
'비전0608운동'도 시작했다. 전 직원의 10%를 차출해 5개 비전팀을 꾸렸다. 2~3개월간 '자재비 절감','인당 생산성 향상' 등 과제를 완수해야 한다. "전 직원이 비전팀을 거치면 회사가 몰라보게 달라질 겁니다. 위기가 오는 걸 기다릴 게 아니라 사전에 차단하는 게 혁신 활동의 목적입니다." 박춘택 부사장은 창신의 혁신에 대한 신념을 이렇게 말했다.
동아대 경영학부 송한식 교수는 "생산,서비스 조직의 이상적인 방법인 '린 시스템'은 현재의 환경에 큰 투자 없이 생산성을 두세배 이상 개선하는 효과를 낸다"며 "무엇보다 CEO의 의지와 노력이 성패를 가른다"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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