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털어놓는 밥상
자녀교육에는 공식이 없다고 합니다.
아이들의 교육 환경이 다르고 개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나온 말입니다.
그러나 어떤 가정이든 알게 모르게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고
활용하는 자녀교육의 장이 있습니다.
바로 밥상머리입니다.
우리 문화에서 밥상머리는 주로 식사 예절을 가르칠 때에 한해
사용하는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밥상머리에는 그 이상으로 폭넓은 의미가 있습니다.
밥상머리에는 교과서나 공식은 없지만, 자녀가 닮고 싶은 살아 있는
역할 모델이 될 수 있는 부모가 있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엄마, 이거 너무 맛있어요. 더 먹고 싶어요. 다음에 또 해주세요."
"오냐, 얼마든지 해주지. 요즘 싱싱한 과일, 야채들이 제철이라서
가격도 저렴하더구나."
이런 대화 가운데 아이들은 밥상에서 세상돌아가는 것을 배웁니다.
"우아, 나 이거 먹고 싶었는데. 고맙습니다! 엄마."
아이들은 맛있는 음식이 밥상에 가득하면 저절로 모여들고,
신바람이 나서 학교 가는 발걸음도 가볍습니다.
반찬이 가득한 밥상을 보면
"우리집 경제 사정이 좋아지나보다. 역시 우리 아버지야" 하며 흐뭇해 합니다.
아이들은 밥상을 준비하기 위해 어머니와 같이 장을 보는 동안
시장에서 이윤을 남기는 법도 배울 것입니다.
밥상머리에서 가족들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듣는 가운데 짐안 살림
사정을 가늠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물가를 조절하는 시장 경제를 배우기도 하며,
세상이 돌아가는 현실을 체험하겠지요.
물론 식사를 통해서 에너지도 충전합니다.
그리고 아버지,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음식을 자녀들도 먹으면서
입맛이 하나의 가풍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밥상을 통해 이것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을 제안하려는 것이
이 책을 쓰는 나의 목적입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이 시대 아이들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일까요?
현실은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모든
어려움을 아무 문제 없이 극복할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한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아이들은 원하는 것을 손쉽게 빠르게 얻을 수 있습니다.
언제든지 주문만 하면 따끈따끈한 음식이 금방 배달되기 때문에
귀중한 것도 아까운 것도 없습니다.
음식을 먹기까지 여러 사람이 얼마나 수고해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새 물건을 갖고 싶다고 멀쩡한 물건을 버리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 아이들이 현실의 어려움을 모른 채 살아갈 수 있을까요?
현대의 부모들이 과거의 부모들과 달리 자녀교육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은 탄복할 만한 일입니다.
그런데 그 노력이란 필사적으로 돈을 벌어서 자녀를 위해 기분 좋게
쓰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요?
교육학에 있어서 매우 풀기 어려운 과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느냐?
무엇이 옳으냐?' 라는 행동의 규범을 가르치는 방법이 아니라,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상식적으로 알면서도 그것에 따라
행동하지 않는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방법입니다.
지켜야 할 규범이 무엇인지 알고 또 그 규범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충분히 알며서도 사람들의 실제 행동은 변화되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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