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양육/신앙안에서 자녀교육

글로벌 시대의 한국선교사 자녀교육

가디우스 2007. 9. 12. 11:01
글로벌 시대의 한국선교사 자녀교육
박정화 목사

글로벌시대의 인재 개념


세계화 추세이후 ‘글로벌 인재’ 혹은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겠다는 열심이 경쟁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광풍’이라고 까지 표현되는 영어교육에 대한 열심과 초중고 해외유학생의 계속되는 증가, 국제성을 표방하며 영어로만 수업을 진행하는 신생학교들에 대한 선호도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세상에 크게 뒤질세라 염려하는 부모들의 마음을 엿보게 한다.


국제적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언어능력을 갖추는 것은 세계적으로 통할 수 있는 인재가 갖추어야 할 우선적인 항목이다. 문제는 국제적인 인적자원으로서의 다른 가치들에 대한 배양노력 없이 영어구사능력과 서구형 사고방식이 자녀들의 장래를 보증해 줄 것이라고 여기는 생각들이다. 글로벌시대가 필요로 하는 인재들에 대한 요구는 오히려 다양성과 개방성, 창의력,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리더십과 정보화 수준 그리고 주변 인프라를 네트워킹하고 잘 활용할 줄 아는 응용 능력 등에 집중되어 있다. 언어소통 능력은 그중 가장 기본적인 요소의 하나일 뿐이다.

안타깝게도 선교지에서 많은 부모 선교사들이 자녀 교육의 방향성을 세우는 모습이 한국의 이러한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본다. 아직까지도 30~40%의 선교사들은 자녀들에게 학교교육의 기회조차 제공할 수 없는 땅에서 사역하고 있다고 하지만, 현재까지의 추이로는 한국선교사 자녀들의 약 50%가 영어로 교육하는 국제MK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기독뉴스, 2004. 3. 7일자 기사). 물론 자녀들을 보낼만한 현지학교들이 많지 않고, 교육의 질적 내용 또한 학교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겠지만 신임선교사가 극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에 (2004이후 파송된 선교사 자녀만도 4,472명 증가-KWMA 2006년 선교사 파송현황표) 영어교육이 ‘글로벌 인재’ 양성의 핵심인양 여겨지는 한국의 왜곡된 교육 흐름이 선교지로 이전된 현상인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인선교사 자녀교육의 중심이 여전히 영어우선의 교육이어야만 하는지, 그대로 서구의 MK학교와 그 교사들에게 맡겨 놓을 수 있는 상황인지는 심각하게 검토해야 할 문제이다.  



한국인으로서의 기회와 가능성 극대화


선교사 자녀교육 방향성을 선택할 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서 그들을 부르신 부르심이 무엇인과 하는 것과 그들에게 하나님께서 주신 잠재력을 극대화시켜 주는 것이다.

부모 선교사나 MK사역자들이 고려해야 할

 

첫째 요소는 MK들을 어떤 ‘인재’, 어떤 ‘리더’로 양성하고자 하느냐는 것이다.

 

성경에서 가르치는 하나님의 인재는 세상의 경쟁에서 이긴 최고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한국의 전형적인 불도저식 추진력으로 성공가도를 달리는 것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둘째, 한국MK들이 갖고 있는 가능성과 기회는 ‘한국인’이라는 정체성과 무관할 수 없다.


선교사 자녀가 부딪치는 제 1의 문제를 정체감, 소속감 및 뿌리의 문제로 보면서도 ‘국제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님께서 특권으로 주신 한국인으로서의 기회를 버리고 있는 모습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많은 이들이 부인하고 싶겠지만 유아 수준으로 모국어를 구사하는 자녀들이 한국어 문맹임을 생각하지 못한다(‘문맹’(文盲)은 한 언어를 통하여 본인의 생각을 말하고, 글로 정리하여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생활언어만 구사할 줄 아는 것으로 한국어 실력을 갖추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한국의 정치와 역사, 사회, 경제, 문화적인 모든 요인에서 타국인이 본인을 통하여 한국과의 연결고리를 찾을 때 교량역할을 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 (한국사회에 통할만한) 한국인으로서의 실력은 갖추지 못한 채 국제적 감각만 갖춘 사람이 국제사회의 ‘인재’로 ‘리더’로 서려고 한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혹 ‘국제사회’라는 개념 속에서 본인의 ‘모국’을 제외시키려는 사람이라면 또 모를 일이다.


선교지에 한국학교나 한국MK학교가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의 기회일 것이다. 그런 학교의 대부분은 영어교육과정도 갖추고 있기에 다소 영어의 진전이 느리더라도 1,2년 내에 영어와 한국어로 학습할 능력을 갖추게 되고, 영어와 한국어권 어디로든 진학하여 자유롭게 수학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혹 한국학교가 없는 지역이라면 안식년 등 한국방문의 기회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한국의 한 선교사자녀학교가 미국의 홈스쿨링 교재로 미국인 교사들에게 수업을 받는 교과과정을 채택하고 있는 기사를 읽게 되었다. 안식년 후 다시 현지로 돌아가 영어 수업을 원활하게 하도록 한 배려라고 애써 생각해 보지만, 한국에서 마저 한국인으로서의 실력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려야 한다는 말인가!
또 다른 방법도 있다. 이전에야 한국, 한국사회, 한국교육에의 연결기회가 많지 않아 어려웠지만 인터넷이 발달되어 있는 오늘날은 충분히 한국인으로서의 실력을 갖출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셋째, 교육의 균형문제이다.

 

앞서 말했지만 많은 선교사들이 자녀를 세계적인 인재로 키우고자 하는 마음만 급하여 유치원 때부터 영어교육을 우선하여 학교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무엇보다 가장 먼저 습득해야 하는 언어는 모국어이다. 한국아카데미의 경우 한국어와 영어의 이중 언어 교육과정으로 운영하여 학년별 비중을 달리한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있는데, 초등 저학년의 경우 수업의 70% 정도를 한국어로 진행하여 한국어를 중심으로 한국적 사고를 개발하며, 학년이 올라갈수록 영어의 비중을 높여 초등 고학년과 중학생의 경우 약 50:50으로, 고등학교 과정에서는 70%정도를 영어 과목으로 학습하여 점진적으로 영어 수학능력을 높여가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선교지에서 얻을 수 있는 유일성의 우위를 활용


현지어, 현지사회, 현지문화수용의 기회를 바탕으로 다양성을 요구하는 국제사회 속에서 독자적인 실력을 갖추는 인재로 키우는 것이다. 국제학교나 한국MK학교를 다니다 보면 선교지의 현지어를 배울 기회가 줄어들 수 있는데 가능하다면 현지어를 배워 선교현장을 통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교육기회 또한 놓치지 말아야 한다. 어쩌면 MK와 TCK들이 글로벌 인재로 일할 수 있는 기회는 미국 등 서구사회나 한국에서가 아니라 본인이 자라난 선교현장에서 더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인으로서는 선교지에서 자라나 현지에 정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사람이 한국과 미국에 가서 전문성 없는 꼴찌로 줄을 서고 있다는 오성연 장로님(전 한동국제학교 교장)의 말에 깊이 공감한다. 필리핀에서 자란 사람은 필리핀에서, 태국에서 자란 사람은 태국에서 가장 우위의 기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출처: 선교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