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세계최강 생산성 TPS

[스크랩] 도요타, 신형 캠리엔진 제조단가 절반으로 `뚝`

가디우스 2007. 3. 8. 19:57
도요타 신형 캠리엔진 제조단가 절반으로 ‘뚝’
협력업체와의 장기계약 맺어 기술혁신으로 ‘상생’ 이끈다

그 엔지니어분이 전해준 2월21일자 블룸버그 통신 기사의 전문에는 곧 출시예정인 도요타 신형 캠리의 엔진 제조단가가 1000달러 수준으로 구형 캠리의 엔진의 절반에 불과하다고 돼 있었습니다. 올해 들어 읽은 전세계 자동차 관련 기사 가운데 가장 충격적인 내용이더군요. 도요타의 개리 콘비스(Gary Convis) 북미지사 부사장이 직접 말한 내용이라고는 하지만, 아시다시피 블룸버그가 기업발표만 믿고 그대로 써주는 언론은 아니지 않습니까. 흥분된 어조로 A4용지 4페이지를 빽빽히 채운 장문의 기사는 도요타의 원가절감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한방에 보여주더군요.

제조비용을 50% 낮출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엔진 같은 기간부품에서는 4~5% 원가절감하는 것도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휘발유엔진은 이미 기술개발의 한계점에 다다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50% 원가절감이라니요. 그러나 이 기사에는 도요타가 이 기적과도 같은 원가절감을 이룰 수 있었던 과정이 소상히 담겨져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나타나는 핵심적인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도요타는 무조건적인 또는 일괄적인 원가절감을 요구하지 않는다.
2. 원가절감을 요구할 경우 본사 엔지니어들과의 협력을 통해 기술혁신방법을 연구·전수하여 최소 몇년 단위의 장기적인 CR(Cost Reduction) 플랜을 짠다.
3. 이익은 본사에서 모두 갖지 않고 부품업체에 투자, 부품업체의 성장·발전을 통한 지속적인 공생관계를 도모한다.

도요타 신형 캠리엔진 제작비용의 50% 절감이라는 거짓말같은 이야기는 바로 이러한 도요타와 부품업체간의 협력이 얼마나 극적인 시너지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습니다. 블룸버그가 전하는 이 놀라운 사례의 전모는 다음과 같습니다.

얘기는 3년전으로 돌아갑니다. 시라미즈 코스케 당시 도요타 부사장은 미국 미주리주에 있는 도요타 협력업체 ‘보다인(Bodine) 알루미늄’을 찾아가 2005년말까지 차세대 캠리 세단의 V6 엔진 단가를 반으로 낮추라고 요구합니다. 당연히 이 공장 직원들은 기가 막혔겠지요. 5%도 아니고 50% 원가절감이라니...


“우리는 그가 미쳤던지 아니면 농담하는 줄 알았습니다” 로버트 로이드(Robert Lloyd·51) 보다인 알루미늄 사장은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그러나 시라미즈 부사장은 그 목표를 달성할 비밀 병기를 가지고 있었는데요. 당시 일본에서 300명의 엔지니어들이 엔진 부품용 알루미늄 주물공정의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던 겁니다. ‘심플 슬림(Simple Slim)’이라 불리는 원가절감 계획의 일부인 이 기술을 통해 더 얇고 가볍고 저렴한 부품을 제작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는 거죠. 이 기술은 현재 미국 보다인 공장 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내 주물공장에서도 사용되고 있어서, 도요타 전체 엔진 라인업의 획기적 원가절감을 가져올 예정입니다. 이에 따라 도요타 제품 전체의 가격경쟁력이 따라 올라갈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구체적인 기술에 대해서는 제가 알루미늄 주물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체적인 기술에 대해서는 제가 알루미늄 주물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조심스럽습니다만, 블룸버그에서 써놓은 원가절감의 기술혁신 내용 일부의 개념은 단순합니다. 엔진에 들어가는 알루미늄의 양을 크게 줄이면서도 강도는 높이는 방법을 찾아낸 것입니다. 최근엔 자동차부품중 가장 무거운 부품에 속하는 엔진의 무게를 낮춰서 동력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엔진에 철보다 가벼운 알루미늄을 많이 사용합니다. 도요타와 보다인은 엔진블럭과 실린더헤드 등의 설계를 바꾸고 또 주형에 녹인 알루미늄을 집어넣을 때의 분사압력을 기존의 3500톤에서 2250톤으로 40% 가까이 줄임으로써 오히려 더 가벼우면서도 강도 높은 제품을 만드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이에 따라 주형 자체도 더 작게 만들 수가 있어서 결과적으로 시간과 돈을 함께 절약했다는 것입니다. 더 적은 양의 알루미늄을 쓰고도 같은 강도를 유지한다면, 원재료비가 크게 절약되는데다 엔진이 가벼워져서 동력성능까지 좋아지니 일석이조인 셈이지요.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러한 원가절감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수백명의 도요타 엔지니어들과 미국의 협력업체 간의 수년동안의 협력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도요타는 1990년 당시 미국인 개인이 운영하는 주물공장에 불과했던 보다인의 시설을 혁신하는데 3000만달러를 들였습니다. 보다인 알루미늄의 로이드 사장이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도요타와 함께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아직도 세인트 루이스에 있는 수많은 곳처럼 그저그런 부품업체에 머물러 있었을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도요타가 요구하는 원가절감 요구에 가장 잘 부응할 수 있는 톱 퀄리티의 부품업체가 되었습니다.”

50%의 원가절감을 이뤘다는 이 엔진은 올해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발표된 신형 캠리에 장착됩니다. 이 3.5리터 V6 엔진은 최고출력 268마력으로 동력성능은 좋아졌지만 기름은 덜 먹습니다. 신형 캠리의 변속기는 기존 5단 자동에서 6단 자동으로 한단계 올라가 엔진성능을 좀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는게 가능해졌고요. 구형 캠리가 다소 보수적 스타일이었다면 신형은 좀더 젊은 감각입니다. 현대 쏘나타가 현재 미국시장에서 상당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신형 캠리의 등장이 쏘나타의 질주에 제동을 걸지는 않을지 다소 우려되는 부분도 없지 않습니다. 신형 캠리는 미국에서 3월말부터 판매될 예정입니다.

국내 언론보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가 2월초 부품업체들에게 납품가격을 최고 15%까지 인하해달라고 요구했다고 합니다. 이 인하분은 현대차 영업이익(1조3800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엄청난 규모인데요. 환율하락과 해외투자 급증 등으로 수익성이 나빠졌다는게 주된 이유라고 합니다.

외부환경의 어려움에 대한 협력업체의 고통분담은 일정부분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하겠습니다. 하지만 일괄적인 인하요구는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또 현대·기아가 부품업체의 인하요구 수준을 산정하는 방식에도 약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는데요. 작년에 영업이익을 많이 낸 부품업체에 더 높은 수준의 단가인하를 요구한다는 겁니다. 이래서는 부품업체가 적극적으로 기술혁신을 이뤄 이익을 내려하지 않을게 뻔합니다.

제대로 된 원가절감 요구라면 각각의 부품업체와 본사인력이 협의를 통해 향후 몇년간의 플랜을 짜는 것이 맞을겁니다. 부품업체 관계자들도 “부품업체의 영업이익률이 1~3% 수준인데 갑자기 5~10% 단가 인하를 하라는 것은 업체들 보고 죽으라는 것과 다를바 없다. 일괄적인 삭감요구보다 생산성 향상을 전제로 한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 최근 현대자동차 직원들이 하청업체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정기적으로 금품을 받은 사실이 자체감사에서 밝혀져 무더기로 해고됐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부품업체를 을의 관계로 보고 어떻게든 쥐고흔들려는 생각만 한다면, 당장의 원가절감은 이룰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인 경쟁력은 이미 물건너 간 겁니다.

물론 현대의 원가절감 능력은 여전히 세계최고 수준입니다. 오죽하면 작년에 도요타에서 비공식적으로 자사공장과 현대공장을 서로 보여주자는 제의를 했다가 현대측으로부터 거절당하는 일까지 있었겠습니까. 하지만 현대의 전체적인 원가절감 능력이 과연 도요타와 비교했을 때 어떤 수준인지, 혹시 부품업체의 희생만을 강요한 부분이 크지는 않았는지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15년전 미국의 별볼일 없는 업체에 3000만달러를 투자하고, 3년전에 300명의 본사 엔지니어들이 달려들어 개발한 기술을 협력업체의 노력을 통해 ‘엔진 제조원가 50% 절감’이라는 거짓말같은 결과로 보여주는 도요타입니다. 도요타의 이런 원가절감 노력이 어디 이 엔진 하나뿐이겠습니까. 도요타의 ‘가이젠(改善)’이나 TPS(Tyota Production System)가 무서운 것은 원가절감 및 생산성 향상을 ‘시스템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방면에서 현대의 능력도 업계 최고수준인 것은 분명합니다만, 앞으로 현대가 도요타의 이런 괴물같은 원가절감 노력에 어떻게 대적해 나갈 것인지 우려되는 부분도 없지 않습니다. 현대의 분전을 기대해봅니다. / 최원석의 자동차 세상
출처 : 산사(山寺)의 꽃
글쓴이 : 팡팡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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