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교육에 성공하려면 100통의 편지를 써라
부모와 자식간의 대화 ‘한 통의 편지’가 큰 역할…
다산 정약용도 자녀에게 100여 통의 편지 보내
입력 : 2007.05.27 23:21
- ▲최효찬 자녀경영연구소 소장·문학박사
자녀교육의 해법은 없다. 오히려 자녀교육의 해법에 매달리다 자녀교육을 망칠 수도 있다. 그런데 자녀교육의 해법 가운데 한 번쯤 반드시 시도해보아도 결코 손해나지 않는 해법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편지를 이용한 ‘서신 교육’이다. 직접 손으로 쓴 편지를 이용할 경우 가족간의 대화의 장벽을 허무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편지는 얼굴을 보고 이야기할 때보다 감정을 순화시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교육적인 효과가 훨씬 크다고 한다. 아무래도 화가 날 때 얼굴을 보고 말하면 감정이 그대로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자녀간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한다면 결코 좋은 장면이 아닐 것이다. 자칫 부모자녀간의 관계마저 손상시킬 수 있다.
우리 선인들은 누구보다 자녀교육에 편지를 잘 활용했다. 가장 잘 이용한 사람이 다름 아닌 다산 정약용(1762-1836)이다. 유배지에서 18년 넘게 보낸 다산은 자녀교육의 애로를 누구보다 크게 느꼈다. 그런데 다산이 자녀교육을 위해 활용한 것이 바로 편지다. 다산은 자녀들과 100여 통이 넘는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18년이 넘는 유배 생활에서도 자녀교육에 결코 소홀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결과 큰아들 학연은 추사 김정희 등과 교분할 정도로 학문이 높았다. 둘째인 학유도 농가월령가를 지은 당대의 학자가 되었다.
다산이 자녀에게 쓴 편지는 100여 통에 이른다. 100여 통의 편지를 통해 자녀들에게 훈계한 내용은 먼저 문명세계(서울)를 떠나지 말 것, 두 번째는 독서에 힘쓸 것, 세 번째는 재물은 나눠줄 것, 네 번째는 근(勤)과 검(儉) 이 두 글자를 유산으로 삼을 것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중에서 다산은 자신의 귀양살이로 위기에 처한 자녀들에게 ‘한양 입성’이라는 특명을 내린다. 그는 먼저 “절대로 서울 주변(수도권)을 떠나서는 안 되며, 가능하면 서울 한복판으로 들어가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산은 자신의 유배와 형들의 불행한 일로 인해 집안이 위기에 처하자 자녀들에게 ‘서울 사수’라는 응급처방을 내렸던 것이다. 이는 실학의 대가답게 가문의 CEO로서 다산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인도의 네루 역시 옥중에서 어린 딸에게 편지를 보내 교육을 했다. 그게 바로 유명한 〈세계사 편력〉이다.
대학자인 퇴계 이황 또한 자녀교육에 편지를 잘 활용했다. 퇴계는 아들과 손자들에게 틈틈이 편지를 보내 공부에 힘쓸 것을 당부했다. 〈안도에게 보낸다〉라는 서간집은 450년이 지난 지금에도 자녀교육의 지침서로 활용되고 있다. 성인으로 추앙받는 퇴계도 맏아들에게 절에 가서 공부하라고 권하기도 하는 등 자녀 교육에 있어서는 요즘 부모들처럼 극성스러울 정도였다.
자녀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따뜻한 관심과 사랑, 신뢰다. 물질적인 지원은 그 다음이다. 부모의 마음을 자녀가 가슴으로 느낀다면 자녀교육은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자녀교육은 무엇보다 부모와 자녀간의 대화에서 시작된다. 한 통의 편지가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산 정약용처럼 앞으로 100통의 편지를 자녀에게 보내면 이보다 더 좋은 자녀교육법은 없을 것이다. 오늘부터 100통 편지 쓰기로 자녀교육을 시작해보자!
조선일보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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